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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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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하나님
나는 당신의 제단에
꽃 한 송이 촛불 하나도 올린 적이 없으니
날 기억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
사람은 별을 볼 수는 있어도
그것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별사탕이나 혹은 풍선 같은 것을 만들지만
어둠 속에서는 금세 사라지고 맙니다
바람개비를 만들 수는 있어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습니다
보셨는지요 하나님
바람개비를 든 채 잠들어버린 유원지의 아이를 말입니다
하나님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그리고 처음 바다에 물고기들을 놓아
헤엄치게 하실 때
당신의 손으로 만드신 저 은빛 날개를 펴고
새들이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를 때
하나님의 마음이 어떠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 작은 한 줄의 시를 쓰기 위해서는
발톱처럼 무디어진 가슴을 찢어야 하고
코피처럼 진한 후회와 눈물을 흘려야만 하는데
하! 하나님은 어떻게 그 많은 별들을
축복으로 만드실 수 있었는지요
하나님 당신의 제단에 지금 이렇게 엎드려 기도하는 까닭은
별을 볼 수는 있어도
그것을 만들지도 다 셀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용서하세요 하나님
원컨대 아주 작고 작은 모래알만한 별 하나만이라도
만들 수 있는 그 힘을 주소서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감히 어떻게 하늘의 별을 만들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저 이 가슴 속 깜깜한 하늘에
반딧불만한 작은 별 하나라도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신다면
내 가난한 말들을 모두 당신의 제단에 바치겠나이다
향기로운 초원에서 기른 순수한 새끼양 같은
나의 기도를 바치겠나이다
좀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하나님
당신의 발끝을 가린 성스러운 옷자락을
때 묻은 이 손으로 조금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아, 그리고 그 손으로 저 무지한 사람들의
가슴속에서도 풍금소리를 울리게 하는
한 줄의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이어령, 월간중앙 2004년 4월호 '이어령의 교토일기' 중에서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2
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닙니다
어렴풋이 보이고 멀리에서 들려옵니다
어둠의 벼랑 앞에서
내 당신을 부르면
기척도 없이 다가서며
“네가 거기 있었느냐”
“네가 그동안 거기 있었느냐”고
물으시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달빛처럼 내민 당신의 손은
왜 그렇게도 야위셨습니까
못자국의 아픔이 아직도 남으셨나이까
도마에게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나도
그 상처를 조금 만져볼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혹시 내 눈물방울이 그 위에 떨어질지라도
용서하소서
아무 말씀도 하지 마옵소서
여태까지 무엇을 하다 너 혼자 거기 있느냐고
더는 걱정하지 마옵소서
그냥 당신의 야윈 손을 잡고
내 몇 방울의 차가운 눈물을 뿌리게 하소서
탕자의 노래
내가 지금 방황하고 있는 까닭은
사랑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 헤매고 있는 까닭은
진실을 배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 멀리 떠나고 있는 까닭은
아름다운 순간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사랑을 알고 진실을 배우고
아름다움은 보았지만
나에게 믿음이 없는 까닭입니다
나의 작은 집이 방황의 길 끝에 있습니다
날 위해 노래를 불러줘요 집으로 갈 수 있게
믿음의 빛을 주어요
개미구멍만한 내 집이 있기에
나는 지금 방황하고 있어요
CGN TV 백지연의 人터뷰
주님의 뜻대로 하소서
Q: 말씀하신 대로 따님의 이유도 있으셨겠지만, 어찌할 수 없는 존재적 외로움도 있으셨던 것 같은데요. 신앙으로 해서 이런 것을 얻고 싶다는 것이 있으신지요?
A: 내 문학을 조금이라도 읽어본 분이라면 딸 때문에 신앙을 가지게 됐다는 것은 근인이라는 것을 아실 겁니다. 20대부터 나는 돈이나 가난, 또는 권력, 전쟁에서 비롯된 생명이나 안일에 대한 결핍에서 글을 쓴 것이 아닙니다. 절실한 고독, 내가 혼자라는 것에서 시작된 것이지요.
이것은 나만의 고독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고독입니다. 그래서 완벽한 사랑을 구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는 것이지요. “혼자 너무 외로워서 못 살겠습니다. 당신이라면 ‘oneness’가 되고 ‘impartation’이 되어서, 당신이 내가 되고 내가 당신이 될 거 같습니다. 당신이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이 빵이 내 살이다, 이것을 먹으면 너와 나는 똑같이 된다고 약속하셨지 않으셨습니까?” 이것이 우리가 구하고, 또 내가 구한 것입니다.
만약 이 세상에서 ‘oneness’가 될 수 있는 것이 존재한다면, 난 절대 세례를 받지 않을 겁니다. 그토록 많은 책을 쓰고, 또 어떤 글에서는 하나님한테 절대 양 잡아주지 말라고 선동한 사람이 이제 와서 왜 그러겠습니까?
나는 아직도 문지방에 서 있습니다. 나는 한 번도 내가 착한 신도, 교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갈구하는 중이지요. 정말 하나가 되더냐고 묻는다면, 기도를 하니까 앵프라맹스, 그 아플 때 어머니의 차가운 손에서 느꼈던 영원히 찢을 수 없는 엷은 막이 찢겨지더냐고 묻는다면, 모른다고 대답할 뿐입니다.
소위 하나의 구제를 받은 사람, 진정 희열에 가득 찬 사람은, ‘oneness’를 알게 된 사람은, 이 세상에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진 사람은, 밥을 굶든 먹든, 사랑을 하든 배신을 당하든, 어떤 제왕보다도 권력이 있고 어떤 부자보다도 부자인 것입니다. 아무것도 원하는 것이 없으니까요.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렘 29:11).
-이어령 박사, ‘지성에서 영성으로’(열림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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